불교와 상담학계를 “비전문가·비과학”으로 규정한 한국심리학회(회장 최진영, 이하 심리학회)에 대해 각 종교계 관련 단체들이 공동 대응키로 했다. 여기에 음악·놀이·미술 치료를 매체로 하는 상담학계도 가세해 심리학회를 향한 반발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종교·매체 상담 관련 단체들은 ‘심리학회가 보건복지부의 전 국민 마음투자 사업을 독점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심리학회의 사과와 보건복지부의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기로 뜻을 모았다.

명상심리상담학회(이사장 인경 스님, 이하 명상심리학회)는 4월 26일 종교계 및 음악·놀이·미술 치료 3영역 매체 상담학계와 함께 긴급회의를 열고 심리학회를 규탄하는 성명서 발표를 결정했다. 각 종교를 대표해 불교계 명상심리학회와 가톨릭상담심리학회, 원불교상담학회, 한국목회상담협회가 합동 성명서를 발표하며, 심리학회와 보건복지부를 직접 방문해 항의의 뜻을 전달키로 했다. 앞서 미술치료학회, 아동놀이치료심리상담협의회, 음악치료학회, 음악치료사협회, 미술치료사협회 등 매체 상담학계는 4월 25일 보건복지부에 심리학회에 대한 엄중 경고를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동시에 불교계 단체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불교상담개발원, 한국명상심리상담원, 명상지도자협회 등은 심리학회의 행보에 대해 “상담가의 기본 자질이 의심된다”고 입을 모았다. 

불교상담개발원장 선업 스님(조계종 포교원장)은 “정부 사업의 주도권을 잡아 ‘상담심리사’ 국가자격증 발급을 독점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심리학회 외에는 다 안 된다’는 주장을 반복하다 이런 오류까지 범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미국 심리학회는 마인드풀니스와 같은 불교 명상이나 자아초월 등 영성 기반의 상담이 과학적으로 검증을 마쳤기에 더 이상 논란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며 “정보 왜곡을 넘어 억지를 부리는 심리학회의 자성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국명상심리상담원장 서광 스님도 “심리학은 철학으로부터 독립했고, 철학은 신학에서 비롯됐다. 이는 심리학 이전에 인간의 궁극적인 행복을 연구해 온 건 종교라는 뜻”이라며 “종교에는 인간의 근본 고통을 해결하려는 뛰어난 인물들이 2500년의 역사 속에서 축적해온 임상 지식이 가득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신치료를 향한 서양의 뇌과학이 불교의 콘텐츠와 융합한 게 바로 명상”이라며 “그야말로 ‘어느 때보다 협력해야 시기’에 과학적으로 연구된 명상을 ‘비과학’이라고 매도하며 갈등을 조장하는 심리학회는 스스로 ‘상담자의 윤리’부터 다시 되새겨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명상지도자협회 상임이사 적경 스님은 이사장 혜거 스님을 대신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적경 스님은 “일반적인 심리상담을 넘어 자기 성찰을 통한 정신건강 강화를 원하는 내담자들을 위해 종교적 심리상담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무릇 상담가라면 원리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스스로 낙오자라는 착각에서 벗어나 건강한 정신을 갖출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고 심리학회의 독선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고민규 기자 mingg@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