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로 가족을 먼저 떠나보낸 유가족의 아픔을 돌볼 수 있는 불교적 방안을 공유하는 논의의 장이 열렸다.

조계종 불교상담개발원(원장 선업스님, 포교원 포교부장)은 서울시자살예방센터와 함께 8월17일 오후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공연장에서 자살유가족 돌봄을 주제로 살사프로트 ‘4대 종단과 함께하는 열린포럼’을 개최했다. 불교, 개신교, 가톨릭, 원불교 등 4대 종단은 서울시와 함께 ‘살자 사랑하자’라는 뜻을 담은 살사프로젝트를 통해 2015년부터 자살예방을 위한 다채로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날 불교상담개발원장 선업스님과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 대표 조성돈 목사, 천주교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장 차바우나 신부, 정경숙 원불교 둥근마음상담센터장, 류지수 서울시자살예방센터 상임팀장이 참석해 자살 유가족을 돌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강연했다.

선업스님은 이날 자살 유가족을 위로하고 치유하기 위해 불교상담개발원이 실시하고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불교상담개발원은 살사프로젝트 종교예식 일환으로 ‘스스로 떠난 이를 위한 위로법회’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8월6일 서울 남산 충정사에서 제9회 법회를 봉행했는데 천도의식과 더불어 개발원의 다양한 치유프로그램 안내 등이 이뤄졌다. 또 자살 유가족을 대상으로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차명상 모임을 마련하고 있다. 오는 10월 경 서울 금선사에서 아픔을 겪고 있는 자살 유가족들이 마음을 돌아보고 서로를 어루만져줄 수 있도록 기획된 특화 템플스테이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명상프로그램 개발과 보급에도 힘쓰고 있다. 선업스님은 이날 “자살유가족과 자살고위험군 등을 위한 명상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마음돌봄 치유 ‘늘봄’은 개발원이 추진하는 대표 사업이다. ‘늘 바라보고 늘 돌보면 마음은 늘 봄입니다’라는 의미로 지난해부터 자살 유가족을 포함한 의료, 복지 등 공공서비스 직군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운영 중이다. 대표 프로그램인 '참깨나무 명상프로그램'을 통해 참가자들은 ‘참여하기’, ‘깨어있기’, ‘나눔하기’, ‘무르익기’ 프로그램을 한주에 하나씩 경험하며 마음돌봄을 실천하게 된다. 또 강사들 역량 강화를 위해 4월부터 명상프로그램 개발과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작년 대비 교육, 사례회의, 연수 교육 일정도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더불어 불자들에게 생명존중과 자살예방의 의미를 홍보하기 위해 생명존중 리플렛 배부, 생명서약서 작성 등으로 진행되는 캠페인도 상시 운영하고 있다.

이범수 동국대 불교대학원 생사문화산업학과 교수는 이날 ‘자살유가족의 박탈된 애도와 돌봄’이라는 기조강연을 통해 자살 유족의 상황과 특성, 비통 반응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자살자 1명은 최소 6~7명의 가족, 연인, 친구 등 주변인에게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데 이들은 사회의 부정적인 시각과 편견, 수치심과 죄의식 등으로 부작용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자살유가족들은 고인에 대한 생각에 몰두하며 안절부절 하는 반응 등을 보이는데 이는 공개적으로 인정할 수 없거나 애도할 수 없는 상실을 의미한다.

류지수 서울시자살예방센터 상임팀장은 서울시 자살유가족 현황 등에 대해 강연했다. 류 팀장은 시의 최근 5년간 자살률은 증가 추세에 있다며 이는 자살 유족 또한 함께 발생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2021년 서울시 자살자는 2133명으로 이에 따른 유가족은 최소 10665명으로 추산된다는 분석도 내놨다.

포교원장 범해스님은 포럼 시작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최근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자살 증가는 한국사회의 고통과 갈등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사회의 정신건강 및 생명의 가치를 확립해 자살예방을 향해 한발 나아가는 소중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