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본래 없더라'...명상, 자살유족에 효과 있다

부처님 가르침을 기반으로 한 명상 프로그램이 가족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상실감과 우울감 등을 겪고 있는 유가족들의 마음치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계종 불교상담개발원(이사장 선업스님, 포교원장)은 최근 <2023년 생명존중·자살예방 몸·마음·쉼 프로젝트 결과보고서>를 펴냈다. 이 보고서에는 상담개발원이 공모한 자살예방 명상 프로그램 가운데 선정된 2건의 운영결과가 담겼다.

대상으로 선정된 '죽음은 본래 없더라'는 명상상담심리센터 쉼(센터장 지오스님)이 최근 10년내 중요가족을 잃은 유족 9명으로 대상으로 영상 유식관법 등을 적용한 결과다. 지난해 11월 2일간 실시된 프로그램은 크게 5단계로 구성됐다.

1단계는 애도하기로 마음으로 고인을 떠올려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하는 것이다. 2단계는 고인을 초대해 함께 춤을 추는 명상이다. 3단계는 호흡법 등 명상법을 적용해 부정적이고 해로운 감정에서 벗어나는 과정이다. 4단계는 모든 존재는 연기하며 고인은 우리 주변의 우주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다. 마지막 5단계에서는 '새로운 나'를 회복하는 과정이다. 한 사람씩 단을 만들어 올라앉고 나머지 참가자들이 삼배를 올리며, 모두가 존재만으로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참가자들은 전과정에서 자신이 느끼는 우울, 상실 등의 정도를 척도에 맞추어 기록하고, 단계별 경험을 서술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 부정적 태도 평균(M값)이 0.833에서 0.167로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도 '상실의 충격과 혼란', '상실의 고통' 등 부정적 감정에 대한 평균이 감소했으며, '대인관계 깊이증가' '삶의 회복과 성장' 같은 긍정적 감정의 평균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가자들은 프로그램 단계별 설문에서 "남편이 돌아간 줄 알았는데 옆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등 연기법에 대한 이해로 상실을 다른 차원으로 인식하게 됐다고 기술했다.

이에 대해 지오스님은 "사랑하는 가족이나 배우자의 죽음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분이 있다면 프로그램에 참여해 다시 새롭고 희망찬 삶을 설계하기를 바란다"고 권했다.

동국대 생사문화산업학을 함께 공부한 인연으로 최우수상 선정된 '소중한 내게 머무름'이라는 프로그램을 수행한 김수동 한국융합예술심리상담학회장팀은 자살이나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을 대상으로 주 2회, 8회기에 걸쳐 명상과 심리치료를 실시했다. 마찬가지로 참가자들의 죄책감, 비관적 사고 등 수치가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불교상담개발원 이사장 선업스님은 "명상 기반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불안, 우울과 관련한 부정적 경험이 감소하고 긍정적 지표인 외상후성장 지수가 증가하는 결과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몸·마음·쉼 자살예방 프로그램 공모 프로젝트가 활성화돼 긍정적 요인이 증가되고 공동체 일원으로 함께하는 삶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2019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협력해 '몸·마음·쉼 자살예방'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불교상담개발원은 올해에도 관련 프로그램 공모를 받는 등 사업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