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한국심리학회가 보건복지부 주도의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에서 불교를 비롯한 종교단체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명상·상담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한국심리학회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일종의 성명서를 냈는데 ‘상담단체협의회’의 전문성을 평가절하하며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 참여의 부적절성을 담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자신들의 입장을 보건복지부에 공식적으로 전달했다는 내용도 전했다. 이 소식을 접한 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는 “오만함으로 가득한 내용”이라며 “종교상담 전문가들이 비전문가라는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성명서에 언급한 ‘상담단체협의회’에 대해 ‘2023년 8월 상담사법 발의를 위해 구성’된 단체라고 설명한 것으로 보아 ‘온국민 마음건강을 위한 전문상담사 단체협의회(이하 상담단체협)’를 가리키는 게 분명하다. 상담단체협은 전문상담사와 전문상담 서비스 법제화를 목적으로 불교상담개발원, 한국가톨릭상담심리학회, 한국목회상담학회, 원불교상담학회와 한국상담학회, 한국상담진흥협회 등 관련 협회·단체 30여 곳이 2023년 만든 단체다.

한국심리학회는 상담단체협에 대해 “전문가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비전문가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종교와 매체를 기반으로 하는 이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며 “이들이 과연 국민들에게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전문적인 심리상담을 제공할 수 있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그룹인지 우려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문 심리상담 사업에 상담단체협이 참여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므로 이를 수용하면 안 된다는 단호한 결정을 내렸다”며 “보건복지부 담당 정책관에게 공식적으로 전달했다”고 했다. 한 마디로 상담단체협은 관련 예산을 정부로부터 받을 자격이 없다는 얘기다. 

불교계의 상담·심리 단체가 전문성이 없다고 보는 이유와 비과학적이라는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상담·심리 치유의 핵심은 인간 스스로 고통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 고통의 근본 원인은 자신 즉 마음에 있다고 본다. 마음의 문제를 가장 심오하게 다뤄온 건 불교다. 시대에 따라 방법은 다소 달랐으나 사람들이 정서·심리적 안정을 느끼고 평온 속의 일상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도왔던 불교다. 중국, 티베트, 미얀마, 스리랑카 등의 나라에서 다양한 수행법이 출현한 것도 이 때문이다. 큰 틀에서는 이러한 수행법을 모두 (불교)명상이라고 한다. 선정, 깨달음 등과 직결된 명상이다. 

작금의 일반적인 상담·치유 단체가 수용·차용하는 건 몸의 피로, 정신적 스트레스 내지 불안함을 가라앉히거나 극복해 평안에 이르게 하는 정도의 (일반)명상이다. 여기서 분명히 짚을 건 미국이나 유럽 어디에서 시작되었든, 어떤 일반 명상 프로그램이던 그것의 뿌리는 불교 수행법에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심리학회가 ‘과학적 방법’이라며 교육하고 내세우는 MBSR, MBCT, ACT, DBT 모두 불교 수행법의 요체 중 하나인 사띠(Sati)를 핵심 기제로 한 명상프로그램이다. 

사띠(Sati)는 불교 수행론 차원에서 이해하고 체험하지 않고는 적확하게 통찰하기 어렵다. 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가 지적했듯 단순히 테크닉을 습득한다고 해서, 혹은 프로그램의 교육을 이수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오랜 시간에 걸친 체계적인 수행 내지 수련의 과정이 요구된다. 그러고 보면 이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건 불교 전문 상담단체가 아니라 한국심리학회 아닌가? 불교계 상담·치유 단체의 전문성과 과학성을 운운하는 게 얼마나 가소로운 일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전 국민 마음건강 사업에 전문가가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은 맞다. 그러나 전문성 여부를 한국심리학회가 확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더욱이 자신들만이 이 분야의 전문가인 양 행세하는 건 오만이요 교만이다. 또한 각종 재난과 질병, 자살, 중독, 우울증, 고독사 등의 사회적 문제 등을 해결하려 나선 건 한국심리학회뿐만이 아니었음을 새삼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 사업의 주관부처인 보건복지부는 한국심리학회의 독선을 방관하지 말고 잘 살펴 이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