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심리상담단체협의회(회장 선업 스님)가 심리상담사 법안에 ‘불교상담’과 불교 고유의 ‘명상’을 포함, 현재 활동 중인 1500여명 불교 상담사 구제를 위한 경과 규정을 명확히 표기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선업 스님(조계종 포교원 포교부장, 불교상담개발원장)은 상담사 법안과 관련해 최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을 찾은 한국심리상담관련단체협의회 관계자들에게 이같은 불교계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법안은 어떤 용어가 삽입되느냐에 따라 해석의 여지가 달라지기 때문에 문구를 넣어 위법단체로 전락할 수 있는 불교계 상담업계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현재 상담단체 논란의 중심에 각 정당이 추진 중인 심리상담 관련 법안이 있다. 국가자격은 아니지만 국내에서 공신력을 인정받은 심리상담 관련 자격은 한국상담학회, 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 1·2급 정도다. 각 정당은 심리상담사의 자격관리 등을 위한 법적근거가 미비함에 따라 민간자격증이 난립하고 있어 적절한 자격을 갖춘 심리상담사 판별이 어려워 민간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 이에 상담자격을 국가가 관리해야한다는 취지로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올해 3월부터 상담서비스와 관련한 법안을 차례대로 발의했다. 기존 발의된 법안 중 문제가 됐던 것이 상담사 자격으로, 법안을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은 ‘고등교육법’에 따른 대학원·대학이나 교육부장관이 이와 같은 수준 이상의 학력이 있다고 인정하는 학교에서 상담학, 심리학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과목을 이수하고 졸업하거나 대통령령으로 정한 심리상담 관련 시설에서 5년 이상 심리상담 업무에 종사한 경력이 있는 사람(심리상담사법안, 의안번호 14984)으로 제한하고 있다. 국민의힘도 ‘고등교육법’에 따른 대학원에서 상담학, 심리학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과목을 이수하고 졸업한 자, ‘고등교육법’에 따른 대학에서 상담학, 심리학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과목을 이수하고 졸업한자, 이에 상응하는 교육을 받은 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에서 3년 제3조에 따른 심리상담사 업무 혹은 그에 유사한 업무에 종사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국민마음건강증진 및 심리상담지원에 관한 법률안, 의안번호 15039)

따라서 양당이 발의한 법안이 통과된다면 불교계 상담단체는 위법단체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상담자 또한 상담업무를 진행하면 범법자로 몰려, 3년 이하 징역 혹은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현재 민간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는 교계 상담단체의 주무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이며, 활동하고 있는 상담사들도 교계 상담단체 내에서 일정기간 수련을 거쳐 자격증을 취득했기 때문이다.

정의당도 7월14일 ‘상담사 법안’(의안번호 16456)를 발의했다. 기존 발의된 법안 중 문제가 됐던 것은 상담사 응시자격인데 정의당은 ‘고등교육법’에 따른 대학 또는 대학원에서 상담학 및 심리학 등 대통령으로 정한 과목을 이수한 후 졸업하고 수련을 받은 자에 한해 자격을 부여한다고 명시했다. 현행 교등고육법에 사이버대학이 포함돼 있어 상담사들은 자격증을 취득하고자 하는 경우 사이버대학에서 상담학 및 심리학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과목을 이수하면 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법안과는 달리 교계 상담단체들의 숨통이 약간 트일 것이다.

그러나 정의당 법안 또한 종교계 입장을 충분히 반영한 것이 아니기에 자세히 들여다보면 불교계에는 독소조항이 대부분이다. 3년 이상 상담사 업무에 종사해야며 5000시간 이상의 수련을 거쳐야 1급 자격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향후 충분한 토의를 거쳐야 할 부분이지만 입장이 반영 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한국심리상담관련단체협의회는 종교계, 예술계 입장을 담은 새로운 법안을 준비했다. 그러나 이들이 제시한 안에는 ‘종교 상담’이 아닌 ‘종교관련’으로 되어있어 해석의 차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선업 스님은 “영역을 종교 상담으로 표기하고 ‘명상’을 추가해주길 바란다. 불교 고유의 명상임에도 다른 곳에서 명상이 많이 쓰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이후 설립될 심리상담사협회에도 ‘종교관련’으로 불교계가 협회 임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스님에 따르면 불교상담개발원의 경우 주무부처가 문화체육관광부로 되어 있어 민간자격 또한 문체부로 발급되고 있다. 그러나 법안은 보건복지부 소관으로 제출할 계획이기에, 각 교계상담단체는 민간자격 발급 자체를 보건복지부로 옮기는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 따라서 부칙에 필히 유예 기간을 담은 경과 규정안은 포함시키도록 요구했다. ‘공포 후 바로 시행’이 담길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유예기간이 제시돼야 불교계 상담사 전원 구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부칙과 관련 한국심리상담관련단체협의회 측은 “법이 시행된다면 수련생의 수련활동은 위법한 행위가 된다. 따라서 수퍼바이저 감독 하에 진행해야 한다. 이 법안 또한 완전한 것이 아니기에 큰 틀은 이렇게 구성한 뒤 시행령 관련해 합의를 이어나가자”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선업 스님은 ‘상담사법안’ 통과 시 보건복지부령에 따라 명상심리상담사, 불교상담사, 불교심리상담사, 불교상담심리사, 명상상담사 등을 명칭을 ‘명상상담사’로 통일하기로 했으며 기관명 변경, 상담사 필수 역량 프로그램 신설 등 법안 기준에 맞춰 변경하기로 했다.

한국불교심리상담단체협의회장 선업 스님은 “각 정당이 발의한 법안이 수정 없이 제정되면 교계 명상, 상담 자체는 위법행위가 된다. 불교상담개발원장으로서 한국불교심리상담단체협의회장으로서 우리에게 닥칠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교계 입장을 꼭 반영해야 한다”며 “준비하는 법안에 불교 관련 용어를 삽입하고, 불교계 상황 반영한 경과 규정이 꼭 담기도록 할 것이며, 어느 정도 나갈 수 있는 길이 생기면 그 기준에 맞춰 명칭을 통일하고, 프로그램도 손질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심리상담관련단체협의회는 22대 총선 전까지 시행을 목표로 법안 발의를 추진 중이며, 이에 10월7일~8일 최종 법안 정리를 위한 토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