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추진하는 심리상담사법 제정에 대응하는 불교계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심리상담사법 제정과 불교상담(가제)’이란 주제의 학술대회가 11월 12일 한국불교상담학회 주관으로 동국대 와이즈캠퍼스에서 열려 대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불교상담개발원장 선업스님, 다르마심리상담명상센터 대표 효록스님, 전 한국가톨릭상담심리학회장 박현민 신부가 발표자로 참여한다.

이에 앞서 지난 8월 11일 불교상담개발원, 한국명상지도자협회,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 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 한국불교상담학회 대표들은 화상회의 방식으로 비대면 간담회를 진행하고 불교심리상담단체협의회를 결성하기로 뜻을 모았다. 같이했다. 회장에 선업스님을 선출한 이들 단체는 심리상담사 법제화 추진에 공동 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향후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불교계를 비롯한 종교계 심리상담 단체들이 이같은 대응에 나선 것은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 정치권에서 심리상담사 국가인증 추진 법안을 발의한 데서 비롯됐다. 지금까지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은 다음과 같다. 괄호 안은 대표 발의 의원과 소속 정당이다. 상담사법안(심상정 정의당), 심리상담사법안(최종윤, 더불어민주당), 국민 마음 건강증진 및 심리상담 지원에 관한 법률안(전봉민, 국민의힘), 심리사법안(서정숙, 국민의힘).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 법안들은 국가 자격을 취득해야만 상담·심리 업무에 종사할 수 있으며, 응시자격을 심리학·상담학 전공자로 제한하고 있다. 심리상담사 자격을 보건복지부가 관리해 민간자격증의 난립을 방지하여 심리상담 서비스를 향상시킨다는 취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시험 응시 자격을 심리·상담학과 졸업자로 제한하고 있다. 또한 대학원이나 대학에서 1급은 5000시간 이상, 2급은 2000시간 이상을 수련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국가에서 인정한 자격없이 심리나 상담에 종사하고 용어를 사용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까지 들어있다.

이럴 경우 그동안 심리상담사(민간자격증)를 배출하고 있는 기관이나 단체의 활동이 제약을 받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불교계에서 운영하는 기관을 통해 배출된 심리상담 자격자는 1500여 명으로 추산된다.

한편 국무총리 산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상담심리사 법안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한국심리상담관련단체협의회(7월21일), 예술문화계(8월4일), 종교계(8월9일)와 잇달아 간담회를 갖고 의견 수렴에 나섰다.

불교계 심리상담단체들은 심리상담사 법제화 추진 과정에서 소외당하지 않도록 발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